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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삼건의 미래도시(7)]근미래(近未來) 도시 오다이바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자 2022-07-28
조회수 207

2022. 7. 27.(수)

우리가 그리는 울산이라는 도시의 미래모습은 어떤 것일까. 아마도 생각하는 사람 수 만큼의 도시가 그려질 것이다. 보통의 근미래(近未來) 도시 모습에는 최신식, 첨단 등의 수식어가 붙고, 스마트시티라는 단어는 이미 익숙하다. 구체적으로는 자율주행자동차와 도심항공교통(UAM)이 돌아다니고 ICT 기술로 구현된 첨단 주택과 건축물이 떠오른다. 이런 기술이 아직 생소했던 20년 전, 1년 동안 가족과 생활했던 도쿄 오다이바는 근미래 도시로 기억에 남아 있다.

우리 가족이 살았던 오다이바 국제교류센터는 문자 그대로 단기간 체류하는 외국인 연구자들의 숙소다. 4개의 숙소동은 1인용, 부부용, 가족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족동은 선박박물관과 도쿄만이 늘 정면으로 바라다 보이고, 겨울이면 수 백리 떨어진 후지산도 보여서 조망이 일품이었다. 그러나 가장 근미래 도시 모습으로 다가왔던 것은 쓰레기 배출시스템이었다. 8층 건물인 가족동 1층에서 배출구로 생활쓰레기 봉투를 던지면 지하 배관(에어 슈트)을 통해서 쓰레기 소각장으로 곧장 가기 때문에 청소차도, 쓰레기통도 필요 없었다. 운반된 쓰레기는 소각장에서 태우고 그 열은 수영장의 물을 데운다고 들었다. 물론 재활용쓰레기는 따로 분류해서 처리하고 있었다.

쓰레기가 내달리는 파이프는 도로 지하 공동구에 들어 있다. 오다이바 전체 도로에는 공동구가 매설되어 있어서 상·하수도, 도시가스, 전기 같은 라이프라인이 모두 들어 있다. 따라서 지하 매설물 때문에 도로를 파헤치는 일은 없다. 이런 오다이바의 도시모습을 친절하게 보여주는 전시관이 따로 있어서 시민들은 누구나 신도시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있다. 20년 전 주요 시설물이 속속 들어서고 있던 오다이바에서 생활하면서 경험했던 것은 스스로 생각해도 근미래 도시 모습이었다.

오다이바가 속한 도쿄 임해부도심의 도시적 특징은, 도쿄역에서 가까운 지리적 이점 속에 지구 전체를 관통하는 폭 80m의 넓은 녹지와 보도, 인공섬 가장자리의 자연친화적 처리, 전선 지중화 등 새로운 시도가 보인다. 결과적으로 세련되고 수려한 도시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보니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는 국내외 관광객이 즐겨 찾는 관광명소였다. 그렇다고 해서 오다이바가 순탄하게 지금의 모습이 된 것은 아니었다.

오다이바는 1962년부터 본격 매립이 시작되어 1979년에 완료되었다. 이 신도시는 인접한 아오미(靑海)지구와 함께 도쿄만을 매립해서 만든 304만㎥의 인공 섬에 조성되었다. 본래 다이바(臺場)란 에도시대 때 동경만을 방어하기 위해 만든 포대인데 일본어로 존경의 접두어인 ‘오’를 붙여서 부른다. 오다이바는 처음에 ‘13호 매립지’라 부르다가 역사유적인 포대 이름을 따서 지금처럼 이름을 바꾸었다. 다이바는 모두 8개였지만 매립 등으로 사라지고 현재는 오다이바 섬과 연결된 3호와 레인보 브릿지 아래 해면에 6호가 남아 있다.

매립공사가 한창이던 1974년에는 이곳에 첫 대형 건물인 선박박물관이 들어섰고, 1978년에는 우주과학 박람회가 열리기도 했다. 1986년에는 텅 빈 이곳이 도쿄도의 7번째 부도심으로 지정되어 1990년대부터 본격개발이 추진되었으나 1995년에는 거품경제가 터지면서 계획 중이던 세계도시박람회가 중단되는 등의 난관을 만나기도 했다. 지금 이 일대는 지하철과 고속도로, 대형 상업시설과 국제전시장 등이 들어서서 수도 도쿄의 진정한 임해부도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오다이바 지하 공동구와 쓰레기 배출시스템은 특별한 신기술은 아니지만 신도시이기에 가능했고, 예산보다 인간을 생각했기에 실현됐다. 우리가 그리는 울산의 미래 모습 역시 작은 기술을 도입하더라도 도시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이미 시가지로 개발된 곳은 최대한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바꾸어 쓰고, 그린벨트처럼 50년을 손대지 않고 원형 그대로 지켜온 곳은 일찍이 본적이 없는 근미래 도시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흔히 보는 도시가 아니라 숲 속 도시, 나무로 둘러싸인 산업단지로 만들고, 클린 에너지로 달리는 트램과 버스가 사람을 실어 나르고, 안전한 보행과 자전거 통행이 일상이 되는 새로운 미래 가치를 실현하는 곳이 돼야 한다.

한삼건 울산도시공사 사장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출처 : 경상일보(http://www.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