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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삼건의 미래도시(9)]울산이 노잼도시가 된 까닭
작성자 울산도시공사
작성일자 2022-09-28
조회수 158

며칠 전 딸아이가 대전에 다녀왔다. 전국에 흩어진 온라인 친구들과 중간지점인 대전에서 만났다고 한다. 딸아이는 “노잼도시 경쟁에서 대전은 탈출했다”면서 그 가장 큰 이유로 ‘성0당’이라는 빵집을 꼽았다. 지금 대전에는 맛없는 빵집이 없는데, 그 이유가 ‘성0당’에 있다고 한다. 맛이 있어야 살아남기 때문이다.

한때 대전은 울산과 함께 노잼도시로 손꼽혔다. 유명한 지역 빵집이 대전을 노잼도시에서 탈출시켰다면, 울산은 어떻게 하면 노잼의 반대인 꿀잼도시가 될 수 있을까. 그 방법을 찾기 전에 혹시 울산이 꿀잼도시가 되는 것을 가로 막는 문제는 없는지 살펴보자.

요즘 ‘지방소멸위험지수’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작년 12월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연구위원이 논문을 통해 이 지수를 발표했고, 일본의 사례도 뉴스로 자주 보도되고 있다. 지방소멸위험지수 값은 20~39세 여성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이다. 지수가 1 미만으로 내려가면 ‘위험주의’구간에 해당된다. 2021년 기준으로 가장 지수가 높은 곳은 세종으로 1.39다. 같은 시기 울산은 0.89였다. 울산도 2020년에는 지수가 1이었고, 2010년에는 2.19, 2005년에는 무려 3.30이었다. 얼마나 빨리 소멸위험이 높아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 문제를 극복하는 이론적 방법은 20~39세 가임여성, 즉 분자를 늘리는 방법과 분모인 65세 인구를 줄이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둘 다 사실상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이 지수에서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젊은 여성이 많아야 지역이 유지된다는 점이 아닐까.

우리 울산은 전통적으로 남초도시였다. 조선시대에는 경상좌병영과 같은 성곽이 즐비한 군사도시였다. 1962년 공업센터 지정 이후에는 중후 장대형 산업구조를 가진 중화학 공업도시로 성장해 왔다. 그러니 울산은 늘 젊은 남자가 많은 남초도시였다.

인구구조뿐만 아니다. 도시계획을 보면 이런 내용이 여실히 드러나는데, 2020년 말 기준으로 울산시의 주거지역 면적은 약 67.8㎢, 상업지역이 7.6㎢로 둘을 합치면 75.4㎢다. 그런데 공업지역 면적은 주거와 상업지역을 합친 것보다 넓은 약 82.1㎢다. 국내 특·광역시 중 유일하고,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이뿐 아니다. 광역시가 된지 만 25년이 지난 현재 울산시 도시계획구역 가운데 비도시지역 면적이 389㎢나 되고, 이 중에 농림지역은 약 283㎢나 된다.

참고로 이웃 부산시는 울산과 같이 기장군을 안고 있는 도농통합형 광역시고 개발제한구역도 있지만, 비도시지역 면적 가운데 관리지역이나 농림지역은 아예 없다. 울산이 광역시지만 도시적 토지이용보다는 농어촌형에 좀 더 기울어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미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같은 개발제한구역이라도 다른 특·광역시와 달리 울산만 도심 구간에 있는 것도 토지이용을 왜곡시 키는 원인이다.

여기에다가 울산이 특·광역시 가운데 행정구역 면적은 가장 넓으면서 인구는 가장 적다. 도시개발이 막 본격화할 때 지정된 개발제한구역이 행정구역 가운데에 있다 보니 기존 도심은 성장하지 못하고, 개발제한구역 외곽의 난개발은 오히려 더 많았다. 당연한 일이지만 통근거리 등 도시 내 이동거리가 길어지고, 상업지역이나 주거지역도 소규모로 흩어져서 규모의 경제나 연담효과를 얻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울산은 노잼도시가 될 수밖에 없는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어디 그뿐이랴.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다. 먼저 대중교통을 들여다보면, 대학생과 중고생 등 젊은이들이 이용할 대중교통 수단은 시내버스뿐이다. 지하철이 젊은이들에게 도시의 매력 기준 가운데 하나임을 고려하면 트램 도입이 시급하다. 더구나 울산 트램 1호선은 노포-무거-언양-양산으로 이어지는 철도망을 보완할 대단히 중요한 축이다.

노잼도시 탈피는 울산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부터 명확히 알고 추진해야 한다. 즉, 산업구조조정도 도시계획도 모두 젊은 인구를 늘리는데 목표를 두어야 한다. 가능하면 젊은 여성이 선호하는 도시가 된다면 더욱 효과적이지 않을까.

한삼건 울산대 명예교수 공학박사

2022. 9. 28.

출처 : 경상일보(http://www.ksilbo.co.kr)